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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3.1 절에 꼭 찾아가 봐야 할 곳. 유관순 열사 생가


광복절이나 삼일절에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독립기념관일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느껴보고 그들의 정신을 다시
되새겨 보는 것이 후손된 도리겠죠.

독립기념관에서 가까운 곳엔 유관순 열사의 생가가 위치해 있습니다. 
열 여덟....
요즘 여자 아이들 같았으면 공부, 외모, 이성친구 정도에나 관심이 있을까요?
물론, 저도 다를 바 없지만...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희생시킨 그녀의 숭고한 정신은 아직도 
우리 독립 운동 역사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혹시 유관순 열사의 생가를 방문하면
어떤 고결한 기운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 한 번 찾아가 보게 되었습니다.


유관순  열사의 생가는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용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데 병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순대"라니...
우리의 구국 위인이 연상 순위에서 순대에 밀린다는 사실은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입니다.
하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단비"를 보니 핑클의 이진이 소세지 2개에도 밀리던데....



아무튼... 천안 시내에서 431번 버스를 타면 유관순 열사 기념관 앞까지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루에 몇 대 안다니는 버스라 좀 많이 기다려야 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니면 제법 자주 다니는 400번 버스를 타고 아우내 장터까지 가서 좀 많이 걸어 가면 됩니다. 

충청도라 그런지 버스 안의 풍경이 굉장히 살갑습니다. 기사 아저씨에게 유관순 열사 생가의
정류장을 여쭤보자 옆에서 지켜보던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한마디 씩 거듭니다.
"좀만 더 가봐~곧 나올거유~"

목적지에 도착하자,
"여기서 내리면 되~" 하고
친절히 알려주시는 분들이 동시에 네 분이나 계십니다.


삼일절 당일이라 이곳을 찾아온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이런 날이 아니면 찾아올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겠죠?
부활절, 크리스마스에만 교회가는 것처럼, 삼일절이라 찾아보는
마음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입구에 놓인 기념사진용 벽화네요.
이 모습보다 훨씬 더 처절하고 진중한 독립운동 시위였을 것입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분이기에 열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품들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온 여학생이 어찌 그리 큰
뜻을 품었는지...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일본 순사들의 감시를 피해 군중들에게 나눠줄 태극기를 그려내었습니다.
요즘 같았으면 블로그로 막 끄적이고 있겠죠?
다음뷰 메인에 한번 걸리면 십만명 동원도 가능할텐데...
티벳에선 그들의 독립을 위해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합니다.
시대가 바뀌니 독립운동의 모습도 바뀌고 있네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독립이나 민주화 결국 피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교회는 유관순 열사가 어렸을 적 부터 다니던 교회라고 합니다.
만세 독립운동을 지워했다가 일제에 의해 폐쇄되기도 했다네요.
지금은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열사의 생가 뒷동산에서 바라본 전경입니다.
아담하기 때문에 별 특별한 볼거리는 없고 둘러 보는데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 감동은 30분짜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볼거리 많은 곳 뿐만 아니라 이렇게 민족의 정신이 깃든 곳도 찾아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431버스는 올 것 같지 않고 꽤 긴 거리지만 병천 시내까지 걸어서 나왔습니다.
출출하니 이왕 여기까지 온것, 병천 순대는 맛봐야겠죠?


병천 시내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원조"라 주장하는 순대집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과연 어디가 맛좋은 곳일지...


걷다 보니 그 중에서 유독 한집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남는 건 시간이겠다 괜히 이 대열에 합류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풀칠아비 님 글이었나? 부츠 사신다고 줄서시던 풀칠아비 님의
댓글에 저는 이런 줄 같은 거 안선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서 거짓말 한 거 딱 걸렸습니다.


식당 안은 정말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거립니다. 식당 내에는 어찌나 순대 냄새가
심하게 베어 있는지....비위 약한 사람들은 참기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모듬 순대 한 접시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8,000원 밖에 하지 않습니다.
서울의 15,000원짜리 순대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양도 적절합니다.
순대 내장 껍데기도 무척 얇아 부드럽게 씹히고 속에서 씹히는 야채들도
씹는 느낌이 좋습니다.  


순대국밥과 순대로 배를 채웠으니 이젠 독립 만세 운동이 시작되었던
아우내 장터를 찾아가 봅니다. 여느 재래 시장과 다를 바 없는 시끌
벅적한 보통의 시장이지만 의미있는 역사를 가진 곳이라 왠지 더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예전엔 이곳이 충청도 교통의 중심지여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기 때문에
만세 운동을 하기에 적절했던 곳이라 합니다. 


그 치열했던 만세운동에 참가했던 분들의 후손일지도 모르는 분들은
이제 마음 놓고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재첩도 다라이에 담겨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이곳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떠납니다.
저기 보이는 버스 정류장 간판은 여태 본 간판 중 손꼽히는 마케팅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냥 구멍가게인데, 저렇게 크게
"버스 정류장"이라 써놓고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을 모조리 가게
앞으로 불러 모읍니다. 왠지 쭈쭈바 하나라도 사서 버스를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압박!! 구멍 가게 상호명이 "버스 정류장"이라니...
이렇게 조그만 시내에서도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할 일 많고 생각할 것도 많은 현대인들이지만 오늘같은 3.1 절 만큼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희생한 우리 선조들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새겨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