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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싸이렌 울리는 응급차량, 양보 말아야 하나?




"삐뽀삐뽀~삐뽀삐뽀~~"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려고 서 있는데 구급차의 싸이렌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윽고 교차로에
접어들었는데... 빨간불이 켜져 있습니다.

세종로 사거리는 정말 통행량이 많은데 구급차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그 혼잡함을 뚫고
들어가네요. 정말 다급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신호를 받고 지나가던 어떤 차량들은 구급차를 무시하고 제 갈길 가기 바쁩니다. 
구급차가 워낙 들이대니 멈춰선 차량들도 있습니다.  가만 지켜서서 보기에 정말 아슬아슬합니다.
위태위태 뚫고가던 구급차는 마지막 차선에서 결국 한 승용차를 들이 박고 맙니다...




마지막 차선을 지나가는 차량은 응급차와 사고 날 이유가 없었습니다...주변에 버스같은
대형 차량이 없어 충분히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고, 신호받고 이동하는 차량들의 시속은
20km/h 남짓 되었으니, 응급차량이 그곳까지 돌파해 오는 동안 충분히 대기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난 오직 한가지 이유라면,
먼저 머리 들이 밀면 응급차가 차를 세우리라 보고 승용차가 양보하지 않은 것이지요.


'아 그거,, 좀 양보해 주지.. 뭘 그리 앞서가겠다고 저러다 사고를 내지...?"
지켜보고 있던 저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했던지 다들 혀를 차고 있습니다.



사고 난 이후가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이 구급차는 긴급한 환자 후송을 위해 사고를 무시하고 달려갈 것인지,
아니면 사고 뒷처리를 하고 떠날 것인지 말이죠.

작은 접촉 사고였기에 경중을 따지자면, 사고 뒤처리보다 긴급한 환자를 위해
가던 길을 가는 것이 마땅하게 생각됩니다.
주변에 이 장면을 목격한 교통경찰관만 
네 명 이상이었으니, 전화번호나 차량 번호만 적어놔도 충분히 보상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승용차 차주는 신차 뽑아서 금방 사고난 건 안타깝지만 자기가 양보
안하다 사고가 난 것이니 할 말도 없을 것 같구요.




그런데 기대와 달리 사고 차량 두 대는 길 한 편에 차를 세우고 사고 뒷처리에
들어갑니다.
주변의 경찰관과 함께 한 동안 시간을 보내는군요. 싸이렌도 이미 꺼져 있으니 ,
별로 다급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구급차의 뒷문을 열어 환자 이송 중인지 아닌지도 확인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저렇게 20분 이상 시간이 흘러갑니다.
이송 중인 환자였든, 이송을 기다리던 환자였든... 과연 어찌 되었을까요?


상황을 정리하면...
1. 구급차가 다급하게 싸이렌을 울리며 신호를 무시한 채 교차로를 통과 시도했고,
2. 한 승용차가 무시하고 지나가다 사고가 났습니다.
3. 한참이나 사고 뒷수습을 하는 구급차를 보니 그다지 긴급차량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 신문에서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긴급차량에 대해 양보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긴급차량의 50%
이상이 허위 긴급차량이기 때문에 운전자들 사이에서 불신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랍니다. 

싸이렌 울리면서 꽉막히 고속도로 갓길 운행하는 긴급차량들 보면 얄밉지요. 사고 났을 때
가장 먼저 도착한다는 렉카차량들도 도로의 무법자들인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정말 ... 누군가의 생명이 다급한 상황에서 이런 불신 풍조 때문에 긴급차량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응급차량의 싸이렌 소리가 들리면,
"저거 뻥 싸이렌 아냐?"
라는 마음으로 방해하기 보다는

"나의 양보로 한 생명을 살렸구나~"
라고 생각하고 양보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물론, 긴급차량들도 상황이 아닐 때는 싸이렌 좀 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