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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환자가 종합 병원을 먼저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오늘 신문의 한 기사에서,  환자들이 감기만 걸려도 동네 병원을 찾지 않고 종합병원을
먼저 방문한다며 진료 과정의 시스템이 무너져 간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습니다.
1. 건강보험료 재정부담도 늘어나고,
2. 동네의원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되면 의료 서비스의 기회가 더 줄어들게 되는
    문제점이 생길 것이라 걱정하더군요.

네, 맞는 말입니다. 시스템적으로 착착 모든 일들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사람들의 심리란 요소는 쉽게 다룰 수 있거나 예측하기 힘든 요인인 것 같습니다.

왜 사람들이 종합병원을 선호하게 되었을까요?



어느 날, 어머니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시더군요.
원래 관절이 좋지 않으셨고, 근래 들어 인터넷 TV로 드라마를 장시간 시청하시길래
그것에 기인한 통증이라 여겼습니다. 2~3일 지나도 통증이 완화될 기미가 없어 동네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디스크 같고, 기가 많이 쇠하셨네요" 라는 진단으로 침 몇 대 맞고 이후로 며칠을 더 다녔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더해질 뿐 나아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열흘 정도 후, 다른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허리 디스크 축이 뒤틀려서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라는 진단과 함께 엄지 발가락 부터 허리 축을 교정하는 물리치료를 시행했다 합니다.
제가 동행하지 않아 정확히  어떤 시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머니 말씀으로는 꽤나 고통스러웠다
하시네요. 그리고 그런 물리 치료는 의료보험에 해당되지 않아 의료비용도 1회당 15만원이나 했다
합니다. 그 병원에서도 보름정도  치료를 받았는데, 통증이 완화되기는 커녕 이전보다 훨씬 심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께선 갈비뼈에서도 극심한 통증이 있다시며 밤에 잠을 이루시지도
못합니다. 
결국 분당의 서울대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짐작한대로
디스크 쪽 문제인 줄로 여기고 신경척추외과 쪽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이쪽에선
별다른 병명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곤 의심이 되는 병이 있다며 암센터로 이관하더군요.
일주일 정도 지난 후,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병명을 최종 진단 받았습니다.
골수에 암세포가 있어 뼈를 타고 다니며  여기저기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무서운
혈액암의 일종이랍니다.

조금 더 초기에 발견했으면 방사선 치료도 줄일 수 있고 , 방사선 치료 후유증도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라네요.
한 달 간의 방사선 치료 후 2 주 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못하고 초췌해지셔 가시는
어머니를 보는 일이 참 괴로웠습니다.

다행이 방사선 치료를 겨우 견뎌내시고, 이젠 항암 치료에 들어가셨는데 다른 장기
쪽으로는 깨끗하여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 합니다.



 
만약 처음부터 종합병원을 찾았다면 어땠을까요? 
1. 3주라는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것이고,
2. 고통이 극심해질 때까지 이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3. 동네 병원에 수십만원에 이르는 병원비도 헛되이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있는 환자가 독감 정도 걸렸다면 동네 의원을 찾겠습니까?
치료비 몇천원 더 든다 하더라도 우선 종합병원을 찾게 될 것입니다.
만약, 숨겨진 병을 놓치게 된다면 그 기회 비용은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