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스크린 골프장, 자장면은 되고 떡볶이는 벌금 10만원?


퇴근 직전에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방문한 적이 있는 무교동의 한 스크린 골프장에 예약 전화를 걸었습니다.
퇴근 후 저녁 밥 먹고 가려면 오후 7시 30분 정도가 좋을 것 같았는데, 예약 상황이 빡빡하여
6시 40분 혹은 8시 30분 이후에 예약이 가능하답니다.

평일 저녁인지라 너무 늦게 치는 건 부담스럽고 6시 40분 타임을 예약했지요.

친구들과 식사는 어떻게 할 건지 대화를 나누다, 그냥 떡볶이나 사서 골프치면서 먹자고
했습니다. 요새 나름 다이어트 중인지라 배달 음식 같은 건 먹기 싫었거든요.

한 친구가,

"음식물 반입해도 되냐?" 라고 묻기에,
"자장면 배달도 하고 맥주도 마시더만... 떡볶이 가지고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라고 대답을 해 줬습니다.



퇴근 후, 스크린 골프장 앞 분식점에서 떡볶이와 순대 1인분 씩을 포장하고 있는데,
딱 6시 40분이 되니 전화가 옵니다.


"손님, 어떻게 하실거죠?"

"아,, 네. 바로 앞이에요, 2분 안에 갈게요~"

직장가에서 평일 저녁 스크린 골프의 인기는 정말 대단한 모양입니다.  한 팀이 예약을 펑크내거나
하면 나름 매출 손실이 생기니 꼼꼼하게 예약 상황을 챙기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떡볶이 포장을 가지고 예약된 스크린 골프장에 입실했습니다.


장갑 빌리고 신발 빌리고 방 안에 들어갔더니,,, 이미 연습 시간이 6분 밖에 남아 있지 않네요.
연습 타임이 최소 10분 단위이기 때문에 아무리 바쁜 스크린 골프장을 가더라도 10분 연습 타임은
줍니다. 근데,, 그 골프장은 예약한 시간에 맞춰 연습 시간을 시작한 모양입니다.
별 것 아닌 4분이지만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하긴 연습을 4분 더 한다한들 실력이 나아지겠습니까... 그냥 대충 몇 번 휘두르다 준비해 온
떡볶이나 먹고 앉았습니다.


후다닥 연습 시간이 끝나고 본 게임을 시작시키기 위해 직원이 들어옵니다. 직원은 우리가
먹고 있던 떡볶이를 보더니 한마디 하네요.



"여기 음식물 반입하면 벌금 10만원인데요?"

좀 어이없는 말을 하기에 준비해 둔 대사를 꺼냈습니다.
"아니, 중국 음식 배달은 해도 되고 먹을 거 가져 오는 건 왜 안되죠?"

직원은 바로 한마디 합니다.
"저기 현관 앞에  반입 금지라고 써 있잖아요."

현관 앞에 뭐가 써 있었는지... 제가 워낙 주의력이 없는 사람이라 확인을 못했으니 
그냥 써 있었다고 칩닙니다.



"아니,, 그러니까 왜 반입금지냐구요...?"

"이 동네 다 그러거든요? 그냥 이번은 봐드릴테니까 다음엔 가져 오지 마세요."


아,, 이거 시작부터 골프칠 맛 완전 떨어지게 만듭니다. 지가 뭔데 봐주고 말고 하는지...
지갑에
10만원이 들어 있었으면 확 집어 던질 뻔 했습니다.
6,000원 밖에 없어 뭔 액션을 펼치기엔 ... 좀 액수가 부족했지요.ㅎㅎ


CGV도 자기 매점에서 산 음식물 이외의 음식 반입을 금지했다가 공정거래 위원회에서,
"청결 유지 등을 명목으로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였지만 매점 음식은 허용하였으므로 이는
불공정 행위에 해당한다"
하여 시정 명령을 받고 영화관람에 방해되지 않는 외부 음식물 반입 
허용으로 자진 시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자장면은 허용되고 떡볶이는 안된다는 건 무슨 행위인가요? 
자장면은 골프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음식물이지만 떡볶이는 방해가 되는 음식물인가 봅니다.  



어쨌든 그 이후 재밌게 골프를 치다 보니 기분 나빴던 마음은 어느 정도 사그라 들었습니다. 
18홀을 다 돌고 나서 마지막 화면의 통계 수치를 보며 친구들과 이야기 하고 있는데, 덜컹 문이 열립니다.


"아, 네~  수고하셨어요.~~~"
하며 직원이 들어오더니 화면을 이내 꺼버립니다.

참나... 1분만 지나면 알아서 나갈텐데, 뒷사람들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나가란 식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버리는군요. 완전 쫓겨나는 기분이 듭니다. 

다시 이전의 연습 시간과 떡볶이 10만원 벌금에 관한 건이 끓어오르면서  뚜껑이 열릴려고 하네요.
 

아후,, 다시는 그 스크린 골프장 찾나 봐라...

오늘 포스팅거리도 없고 해서 그냥 분한 마음 담아봤습니다.
날씨가 더워 괜히 더 기분 나빴을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