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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대학로, 무명 기예인의 공연을 보며...


오랜만에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라고 딱히 자주 찾았던 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이곳에 올일이 더더욱 없었었던 것 같습니다.

연극 한 편 볼 겸, 찾은 대학로는 예전과는 무언가 다른 모습이긴 했지만
아직 젊음과 열정이 느껴지는 것은 그대로였습니다.


마로니에 공원 초입엔 원래 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조형 상징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로니에 공원의 농구코트엔 젊은 땀과 호흡이 가득차 있습니다.
저도 한겜 뛰고 싶지만, 원래부터 농구는 신체구조상 무리가 있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ㅎ


카메라를 들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碑石도 눈에 들어옵니다.
고산 윤선도 선생은 우리나라 시조 문학의 일인자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대학로가 문화 · 예술의 중심지가 된 것도 이런 문인을 배출한 이곳의 기운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볼 연극 시각까지 시간이 남아 마로니에 공원에서 병든 병아리 마냥,
햇빛이나 쬐며 앉아 있는데 마침 누군가가 등장합니다.
2인조의 복장을 보니 뭔가 간단한 공연을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저처럼 심심해 하던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 듭니다.
공연자는 모자를 여러개 집어 던지며 여기저기로 받아내는 묘기를 선보입니다.


아직 몸이 덜 풀렸는지 모자를 떨어뜨리는 실수도 잦습니다.
멋쩍어 하면서도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다시 묘기를 선보입니다.


두 공연인을 둘러싼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도 이에 힘이 나는지 더 열심히 공연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몸이 좀 풀렸는지 공연의 난이도도 올라갑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어 상대방이 던진 모자를 쓰고 다시 던집니다.


간단한 공 3개 짜리 저글링으로 시작해서,



공 다섯 개 짜리 저글링도 선보입니다.
하지만 실수가 진짜 많습니다.~ㅎㅎ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고난이도의 묘기를 보여줍니다.
두사람의 저글링.
비싼 써커스에서 보여주는 정도의 묘기는 아닐지라도 길거리 공연에서
이런 장면을 보니 무척 신기합니다.


이번엔 곤봉을 이용한 묘기를 준비합니다.


앞뒤로 주고 받는 곤봉 저글링~

저는 연극 공연 시간이 다 되어 자리를 떠납니다.
하지만 이들의 잔상이 계속 가슴 속을 멤돕니다. 
아직 허술한 실력이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일을 즐기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분들이 그저 아마츄어들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좋아서 공연을 하는지,
이일을 업으로 삼기 위해 연습 삼아 공연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이들은 이것을 즐기고 있고, 보는 사람들에게 그 즐거움을 나누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제가 진정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블로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