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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요즘 아이들, 다 이러진 않겠죠?


일요일 , 12시 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을 버스를 탔습니다.
저희 아파트 정류장은 마을 버스 종점에서 딱 한 정거장 전이기 때문에 버스에서 내릴 때 쯤 되면
버스 안은 한적해집니다. 마침 일요일 오전이라 버스는 더 한산합니다.

대충 세 정거장 정도 남았을 겁니다.
네 명의 아이들이 저와 기사 아저씨 만 타고 가는 마을 버스에 우르르 올라 탑니다.
아이들이 탈 때까지 저는 창문만 바라보며 멍때리고 있었으니 아이들에 대해 어떤 인지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거기, 학생!  300원만 냈지?
거의 50대 중반으로 제 아버지 뻘은 되는 기사 아저씨가 일상적인 목소리로 한 아이를 불러 세웁니다.
아이를 탓하거나 혼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확인하려는 목소리 톤입니다.

그제서야, 저는 자연스레 멍이 풀리며 버스 탑승구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얼굴엔 여드름이 드문드문 나 있고 까무잡잡한 녀석이 겸연쩍은 듯 서서는
"아뇨, 700원 냈는데요?"
라고 대답하며 요금통 앞에 섰습니다.

친구 무리로 보이는 다른 세 녀석들은 버스의 맨 뒷자리로 가서 이미 자리를 잡은 뒤입니다.
대충 체격을 보아하니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쯤 되어 보입니다.

아저씨는 차를 정차한 채로 재차 묻습니다.
"그런데 돈통엔 300원 밖에 없잖아."

"500원 짜리는 밑으로 들어갔나보죠."

기사 아저씬 그 대답에 어이없어 합니다. 아이의 대답이 거짓인 걸 알았던 것입니다.
"오늘 버스에 동전으로 승차한 사람이 너 밖에 없어. 네 말대로라면 800원 냈단 말야?"

"그랬나 보네요. "
아이는 참 염치도 없이  쫑알쫑알 말 대답을 합니다.

"허,참.. 너 300원 밖에 안낸 거 내가 바로 보고 하는 얘기야."

"700원 냈다니까요?"

"근데 왜 돈통에 300원 밖에 없냐구"

"내가 어떻게 알아요?"

기사 아저씨와 아이의 실랑이는 계속됩니다.

"아씨, 짜증나니까 그냥 가요. 운전이나 하세요."
뒤에선 또 다른 아이가 한마디 거듭니다.

그 대사에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저도  부화가 치밉니다.

아저씨는 뒷자리 앉은 녀석의 말을 못들었는지 잘도 참고 한마디 더합니다.
"야 이녀석아, 네가 차비가 부족하다고 이야기 하면 아저씨가 타지 말라고 하겠냐?, 그냥 죄송하다고
말하기가 힘들어?"


"아,네 죄송해요. 됐죠?"

아저씨는 더 이상 얘기해봐야 아이들이 알아들을 것 같지도 않으니 그냥 버스를 출발 시킵니다.

저는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하도 얄미워서 뒤를 돌아 아이들을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아까 뒷자리에서 거들던 한 녀석이 제 시선과 마주치더니 입을 쭈삣하며 한마디 던집니다.
"뭘 봐요?"

 
".................."
천천히 일어서서 아이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이런 개쌍놈의 새끼들이 어디서 싸가지없게  개지랄을 떨고 있노.  존만한 것들이 어디서
건방지게 어른한테 .... 죽고 싶나, 씨발놈들아. 아저씨한테 사과해!"


고딩 녀석들의 행태에 너무 화가 나서 욕을 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요즘 애들 무서운데... 나에게 반격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동시에 듭니다.
그래서 최대한 기선을 잡기 위해 알고 있는 험악한 욕이란 욕을 다 해봅니다.
인상도 험악하게 눈을 부라리며....


살짝 쫄아서 아이들의 반응을 기다리는데... 다행이 녀석들이 먼저 쫄았습니다. 막생긴 제 인상이 먹힌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아이들이 진정 반성을 했겠습니까? 그냥 폭력적인 수단엔  비굴한 아이들일 뿐입니다.
저 역시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한 건 절대 아니었고, 어떻게든 응징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뿐이죠.

혹시 다음에 뒤통수 맞을까봐 마지막으로 한마디 못을 더 박아 봅니다.

"다음에 이러다 걸리면 그 땐 가만 안둔다."




고대 이집트의 기록에  "요새 젊은 것들은 예의가 없다"는 문구가 있다고 합니다.
분명, 제가 그 아이들만한 때에도 윗 세대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을 찾아뵌 적이 있어 여쭤 봤는데... 요즘 아이들은
정말 손대기 무섭다고까지 얘기하시더라구요. 얼마나 호쾌하게(?) 아이들을 두들겨
패시던 선생님이셨는데....

선생님을 성추행하고 동영상을 찍지 않나... 꿀밤 맞았다고 아이들 다보는 앞에서
선생님을 폭행하지 않나....
갈수록 이런 일들은 더 악한 모습으로 나타날텐데...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는 힘은 없고... 그냥 블로그에서 넋두리만 해 볼 뿐입니다.

그래도 다음에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있으면 이번 일을 경험 삼아 쫄지
않고 꾸짖을 순 있을 것 같습니다.